그림과 함께하는 묵상

부모는 지휘자입니다(글: 김동국 / 그림: 김윤정)

드림지기 2022. 5. 16. 09:22

「미움받을 용기」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기시미 이치로가

작년에 새 책을 출간하였어요.

책 제목은 「리더는 칭찬하지 않는다」입니다.

이치로는 리더를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같은 존재라고 묘사했습니다.

 

그렇다면 오케스트라 지휘자는 어떤 존재일까요?

가끔 오케스트라를 볼 때,

지휘자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나 싶지만,

지휘자가 없으면 음악은 성립되지 않습니다.

지휘자는 총보(score)라는 것을 보면서 지휘를 합니다.

총보에는 모든 파트의 악보가 실려 있습니다.

악기 연주자들은 자기 파트 악보만 보며 연주하면 됩니다.

그러나 지휘자는 모든 파트가 어디서 어떤 연주를 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중요한 점은 지휘자는 모든 악기를 이해하고,

모든 악기가 어떻게 연주되어야 하는지 알지만,

결코 자신은 소리를 낼 수 없다는 점입니다.

 

이치로는 리더야말로 지휘자 같다고 말해요.

어떤 지휘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연주는 완전히 달라지지만,

지휘자가 직접 소리를 낼 수는 없습니다.

 

저는 이 대목을 읽으면서 부모가 이런 존재라고 생각했습니다.

부모는 자녀의 인생에서 직접 소리를 내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자녀는 어떤 부모를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이 바뀝니다.

그런 의미에서 좋은 부모를 만나는 것은 아주 큰 복입니다.

 

좋은 부모가 되기 원하십니까?

그렇다면 자녀양육의 총보를 보시면서 지휘해야 합니다.

자녀양육의 총보에는 모든 악보가 실려 있습니다.

자녀의 기질, 습관, 재능, 유치원이나 학교생활,

교우관계, 흥미와 진로설정, 결혼 등.

부모가 알아야 할 내용이 너무 많습니다.

지휘자가 모든 파트가 어떤 연주를 하는지 파악해야 하듯,

부모는 자녀가 유치원에서, 교우관계에서, 진로를 정하려 할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잘 파악해서 지도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직접 자녀의 삶을 연주해서는 안 됩니다.

지휘자는 지휘를 할 뿐 소리를 내서는 안 됩니다.

자녀로 하여금 인생의 현장에서 직접 뛰도록 도와야만 합니다.

자녀가 아름다운 인생을 연주할 수 있도록,

자녀양육의 총보를 읽어내는 부모가 되십시오.

그리고 소리내지 않고 연주하는 지휘자가 되십시오.

그때, 자녀들은 아름다운 인생을 연주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