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죽이고 싶은 아이>라는 소설을 읽었습니다.
소위 엄친딸이라고 불리는 주연이와
가난하지만 착한 서은이는 친구입니다.
어느 날 서은이가 학교 소각장에서 주검으로 발견되었습니다.
절친이었던 주연이가 범인으로 지목되었지요.
[학교에서 죽어 간 열일곱 소녀]라는 제목으로 언론에 오르내렸고,
급기야 주연이는 유력한 용의자가 되어 재판을 받습니다.
온 국민이 분노에 휩싸였고 주연이를 악마라고 수군거렸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여러분은 어떻게 이야기를 꺼내시겠어요?
주연이의 엄마는 딸에게 이렇게 말을 건넵니다.
“네가 그랬니?”
“묻잖아. 네가 그랬냐고.”
“대체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니. 우리가 너한테 못 해 준 게 뭐야. 너 낳아 키우면서 뭐 하나 부족하게 한 적 없었어. 먹는 거 입는 거 전부 다 완벽하게 케어해 줬잖아! 근데 왜 이 모양이야. 뭐가 불만인데? 뭐가 그렇게 문제냐고!”
아직 재판은 마무리되지도 않았어요.
주연이는 용의자일 뿐 범인이라는 확증이 없지요.
그런 딸을 향해 어머니가 던진 말입니다.
딸 주연이는 생각했어요. 이런 말을 듣고 싶다고.
“걱정하지 마. 엄마가 지켜 줄 거야. 걱정하지 마.....”
작가는 말을 이어갑니다.
두려움에 떨고 있는 딸에게 네가 그랬냐고 묻는 엄마 입에서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기대하기란 생각보다 훨씬 힘든 일이이라고.
몰입해서 책을 읽다가 눈물을 흘렸어요.
왜 그렇게 눈물이 나던지요.
그 시간 흘린 눈물의 이유는 이런 것 아닐까요?
아이가 듣고 싶은 말을 못해준건 아닐까 하는 회한.
위로의 말을 하리라는 기대조차 하지 않으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
부모의 한 마디 말은 성적표예요.
아이는 부모의 말을 통해 자기 행동을 평가합니다.
‘아, 난 쓸모 없는 존재구나!’
‘또, 실수했구나!’
‘난 사랑받을 가치가 없구나!’
무심코 내뱉은 말 한 마디는 마음의 계절을 바꿉니다.
겨울이 찾아옵니다. 쌩쌩 바람이 붑니다.
아이는 기대합니다. 봄이 오기를.
따스한 온기에 싸인 위로와 격려의 말을 듣고 싶습니다.
부모가 해야 할 말은 차가운 겨울 말이 아닙니다.
봄내음 가득한 향기로운 말,
따뜻한 봄의 기운을 담은 말입니다.
“네가 그랬니?”가 아니라 “걱정하지 마"라는 말을 건네주세요.
“왜 그 모양이야"가 아니라 “내가 지켜줄게"라고 말해주세요.
이게 부모가 전해야 할 말이 아닐까요?
한 사람의 힘은 마음에서 나옵니다.
따뜻한 말은 상대의 마음에 갑옷을 입혀줍니다.
베드로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리스도께서 이미 육체의 고난을 받으셨으니 너희도 같은 마음으로 갑옷을 삼으라"(베드로전서 4장 1절)
모두, 마음에 갑옷을 입혀주는 한 마디를 전하는 부모가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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