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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함께하는 묵상

고작 이파리 하나일지라도...(글: 김동국 / 그림: 김윤정)

하루는 점심을 먹고 산책하는데 무더위에 땀흘리고 지친 이들의 표정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문득, ‘마음이 지쳐 저토록 힘겨워 하는 분들이 있겠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여러분의 마음은 평온하신가요?

 

혹시라도 그런 분들이 계실까봐 한 이야기를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저는 팀 켈러 <일과 영성>이라는 책을 참으로 좋아합니다.

팀 켈러 목사님은 이 책 서문에서 <니글의 이파리> 이야기를 합니다.

<니글의 이파리>는 <반지의 제왕>으로 잘 알려진 J.R. 톨킨의 단편소설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지칩니다.

시대의 대작 <반지의 제왕>을 쓴 톨킨도 지쳤습니다.

<반지의 제왕> 집필 당시, 톨킨은 여태 세상이 보지 못했던 이야기를 쓰겠다고 다짐해요.

아직 써내려가야 할 에피소드가 산더미인데,

2차 세계대전이 시작됐습니다.

톨킨은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가슴에 원대한 꿈을 품고 있었지만, 모든 것이 그를 돕지 않는 것만 같았습니다.

나이는 점점 들어가고,

주위를 둘러봐도 글을 쓸 환경이 아닌데다,

아직 한참을 더 써내려가야 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생각했습니다.

<반지의 제왕>을 마무리할 수 없겠다고요.

이런 마음을 투영해서 쓴 글이 <니글의 이파리>입니다.

 

니글은 웅장한 나무 한 그루를 그려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파리 하나부터 그렸습니다.

그는 최선을 다해 이파리를 그렸지만, 그게 끝이었습니다.

‘죽음'이라는 시간이 그에게 찾아왔습니다.

니글의 캔버스에는 그저 이파리 하나만 달랑 그려져 있었고,

그 그림은 <잎사귀>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사라져갔습니다.

 

이야기가 여기서 끝나면 비참했겠죠. 그러나 이야기는 이어집니다.

니글은 하늘나라로 가는 기차에 태워졌습니다.

기차가 하늘나라 가장자리에 이르렀을 무렵이었어요.

니글은 깜짝 놀랍니다.

그의 머릿속에서만 존재했던 아름답고 웅장한 나무가 거기 서 있었습니다.

가지는 길게 뻗어 바람에 나부끼고, 잎사귀는 넓게 벌어져 있었습니다.

 

<니글의 이파리>를 통해 톨킨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요?

나 혼자만 그 일을 감당하는 게 아니라는 거예요.

하나님이 함께 일하고 계신다는 거지요.

내가 그린 것이 비록 이파리 하나일지라도,

하나님은 거기서부터 웅장한 나무를 그려가십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주어진 작은 일에 ‘정성'을 다하는 일입니다.

더불어, 내가 하는 일이 고작 이파리 하나만 그리는 것 같아서,

마음 아파하고 무너져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나의 오늘이 작게만 여겨지십니까?

나의 수고가 매일 헛된 것만 같으세요?

주저앉지 마시기 바랍니다.

나의 하루가 하나님의 캔버스에 담겨 있습니다.

하나님이 나의 작은 수고를 사용하시어 천상의 대작을 그려가십니다.

톨킨은 니글을 통해 스스로를 격려했습니다.

저는 톨킨의 마음이 이러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그래, 내가 만약 이 글(반지의 제왕)을 완성하지 못하더라도 상관없어. 하나님이 함께 하실테고, 하나님이 이루실 거야. 그러니 오늘 하루 주저 앉지 말고 나의 일상을 감당하자.’

 

우리 모두의 마음이 이와 같기를 바랍니다.

오늘 우리의 마음이 이와 같기를 바랍니다.

지금도 이파리 하나를 그리고 있을 모든 분들을 응원합니다.

📖 57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우리에게 승리를 주시는 하나님께 감사하노니 58 그러므로 내 사랑하는 형제들아 견실하며 흔들리지 말고 항상 주의 일에 더욱 힘쓰는 자들이 되라 이는 너희 수고가 주 안에서 헛되지 않은 줄 앎이라
고린도전서 15장 57-58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