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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함께하는 묵상

헬퍼스 하이Helper’s High(글: 김동국 그림: 김윤정)

5월 22일 일찍 잠들었다가 금방 깨버렸어요.

그 날 손흥민 선수의 프리미어리그 마지막 경기가 있다고 하기에,

TV를 틀고 경기를 시청했어요.

득점왕 레이스를 펼치던 손흥민 선수에게 정말 중요한 경기였지요.

반드시 골을 넣어야 득점왕이 될 수 있었으니까요.

경기 내내 손흥민을 응원했지만,

제 마음에 큰 감동이 된 장면은 동료 선수들의 모습이었습니다.

마치 손흥민의 기록을 도와주려고 모인 이들처럼 느껴질 정도였죠.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이 있습니다.

손흥민의 동료 클롭셉스키가 골키퍼마저 제친 순간이었지요.

툭 하고 축구공을 밀어넣기만 해도 득점할 수 있는 기회였어요.

그런데 클롭셉스키는 왼쪽에서 달려오는 손흥민을 봅니다.

찰나의 순간, 패스를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졌던 것 같아요.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공을 찰지, 패스를 할지 고민하다가 스텝이 꼬여서 넘어졌습니다.

득점 기회를 놓치고 말았죠.

 

경기 내내 동료들은 손흥민에게 패스를 합니다.

결국, 팀은 5대0 승리를 거뒀고,

손흥민도 2골을 넣고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 득점왕을 차지했습니다.

인터뷰에서도 말했지만, 도와주는 동료들이 없었다면

혼자서는 이뤄내지 못할 결과였습니다.

(클루셉스키 관련영상)

https://youtube.com/shorts/4BvpAajX6G0?feature=share

 

경기를 보는 내내 생각했습니다.

대단한 업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도 멋지지만,

누군가를 도와서 그를 빛내는 조력자의 역할도 아름답다고.

 

헬퍼스 하이Helper’s High라는 말이 있어요.

마라토너가 느끼는 러너스 하이Runner’s High에서 따온 말이죠.

마라토너들은 30km 이후 극도의 희열감(러너스 하이)을 느낍니다.

순간적으로 엔돌핀이 분출되고 쾌감을 느낀다고 하죠.

마찬가지로 타인을 돕거나 봉사할 때도 극도의 희열감을 느낍니다.

이를 헬퍼스 하이Helper’s High라고 부릅니다.

 

저는 청소년, 청년 사역을 오랜 기간 했습니다.

아웃리치나 봉사활동을 통해 삶의 궤도가 바뀐 이들을 여럿 보았죠.

아마 헬퍼스 하이를 경험했던 것이 아닐까요?

 

누군가를 돕는 일은 ‘너와 나' 모두를 살립니다.

나의 도움과 봉사로 누군가가 살아나고,

그 때 찾아오는 헬퍼스 하이를 통해 내가 살아납니다.

 

그런 의미에서 부모만큼 행복한 존재는 없습니다.

부모는 평생 자녀를 돕고 섬기지요.

그러면서 부모는 자녀를 살리고,

또한 자녀를 섬기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감격을 경험합니다.

결국 부모의 섬김은 자녀를 살리고 부모 자신을 살립니다.

진정한 헬퍼스 하이를 경험합니다.